2학기 성적이 발표되었습니다. 요즘 수능 정답 문제로 08신입생들이 난리가 났던데, 저희는 모니터에 떠오른 알파벳으로 울고 웃는군요. 더이상 장학금으로 다음 학기에 보탬이 될 이유가 없었기에, 좀 소홀하긴 했죠. 그래서 성적이 나쁘긴 하지만 흥분할 정도는 아닙니다. 교수님들께 전화할 일은 없을 듯 해요. 가만, 그러고 보니. 그간 가르침을 받았던 교수님에 대해서 뒤돌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더군요. 그래요. 흠, 그래서 뒤돌아보니, 학교를 다니는 2년동안 제가 계속 수강한 교수님이 2분 이더군요. 그 중, "유진희"교수님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유진희-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 전공(석사)
99년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 <애녹의 전성시대>우수상 당선.
베스트극장 <홀리데이><초록깃발><여의도 전선 이상 없다>
MBC 미니시리즈 <신귀공자> <어사 박문수>
저서 <TV드라마 잘쓰기> <TV드라마를 위한 각색 입문서>

우연히 99년 베스트극장 공모전 시상 사진을 찾았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왼쪽에서 두번째 분 같군요.>
현재는 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극작과 전임교수시죠. 예전에 자세한 이력을 어디선가 본 듯도 한데, 이제와 찾아보려니 자료가 없네요. <TV드라마 잘쓰기>란 책은 현재 품절됐군요. <TV드라마를 위한 각색 입문서>는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구요. (전에, 어떤 책의 저자가 자신의 책 한권이 팔릴 때마다 900원이 통장으로 들어온다던데, 흠, 불현듯 궁금해지는군요.^^)저희가 이 책으로 수강한 첫번째 학생들이 되었어요. 그 외에도, 책을 한권 더 내신걸로 알고 있구요, 확실하진 않지만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본을 책으로 내신 걸거에요. 드라마 작가 데뷔전엔 고위 공무원직에서 일하신 걸로 알고 있고, 구성작가도 좀 하신걸로 알고 있구요.
<어사 박문수>는 보지 못했고, <신귀공자>는 전편을 다 봤었습니다. 두 편다 공동작업을 하셨으니, (그러고 보면, 2년 동안 교수님께 '공동작업'이 어땠는지를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군요. 실제 느낀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명확한 색깔을 알기는 힘들죠. 아무튼 <신귀공자>를 볼때는 한창 사춘기 소녀였고, 그런 멜로물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때 상대 드라마를 잘 모르겠는데, 암튼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게다가 지금은 한류스타인 최지우의 전작이잖아요? 이제와서는 제대로 기억도 잘 안나지만, 암튼 꽤 좋아했었어요. 박효신이 부른 드라마 주제곡도 좋아했었구요. 그리고, 유오성이 주연한 <홀리데이>를 봤었는데, 이것도 역시, '봤다'는 사실말고는 전혀 기억에 없었어요. (나중에, 강의시간에 다시 한번 봤다는...) 나중에 알고보니, 꽤 평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뭐, 그정도인 상태에서 교수님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무슨 노처녀가 저렇게 고상한 스타일이래.' 이랬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좀 매섭다. 차갑다. 도도해 보인다는 말이 많지만, 저는 그렇게까진 느끼지 않았던 것 같군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첫인상을 보자면, 예. 차갑고, 좀 깐깐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말투도 그렇구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강아지'를 엄청 사랑하시는 걸로 봐선 '속'은 굉장히 '소녀적'인 감성이 강하신 것 같아요. 조금 FM적인 면이 있으신 것 같구요. 학구적인 면도 강하신 것 같구요.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이 분은 뭐라고 할까요. '감성적'이지만 '감정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이 분과는 대조적인 성격의 다른 한 여교수님은 강의를 하시다가 감정이 격해지시면, 저희들 앞에서 울컥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지만, 글쎄요. 유진희 교수님이 그럴 것 같지는 않군요. 앞에 FM적이라 한 것은, 공정하시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강의 시간을 정확히 지키시고, 출석 점수도 마찬가지구요. 작법 이론도 굉장히 충실하게 전해주시죠. 그런데, 그러다가 '어랏?'할 때들이 있는 거에요. 특히, 일상적인 부분에서요. 학생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시고, 그걸 들켰을 때 민망함에 웃는 웃음같은 걸 접했을 때 말이죠.
어느 부분에선 참 부러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보면 '저 교수님도 고생이란 걸 했을까?'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저같이 시골에서 자라고 식탐강하고 별의별 굴욕의 순간과 당황의순간들을 거친 사람들이 보기엔요. 언젠가 아버지 친구중에, 정말 훌륭한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단지, 외국학위나 유학경험이 없단 이유로 시간강사를 하고 계시다는 분 얘기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제가 감히 뭘 안다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겠어요. 정말 올바른 가치관과 정석을 알고, 그것을 전수해 주는 분이세요. 다년간의 교수생활로 인해서 대본을 봐주시는 눈썰미도 좋으시구요. 특히, 요즘와서 계속 제가 계속 떠오르는 말은 "" '관심없다' 이 얘기에요. ""(아시는 분들은 자동음성지원 되실 것임) 라는 말이에요.
얼마 전에,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명세 감독의 <M>이 흥행에 참패했죠. 그때 또 쏟아져 나온 얘기들이 뭐,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 이런 얘기들이었나요? 실제 극작을 배워보고, 또 영화를 하거나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내가 생각하면 재밌는데, 남들도 그렇게 생각 할 것인가. 과연 내 관심사와 내 관점을 흥미있게 여길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거에요. 98년 <투 타이어드 투 다이>라는 영화를 내놓았던 진원석 감독은 다른 프로젝트들도 병행하고 있지만, <Expects>라는 영화에 정말 오래 매달리고 계시죠. 그리고 얼마전 소설가 '천명관'님의 인터뷰를 보는데, 유령같은 몰골로 누굴 만나기만 하면 "내 시나리오 한번 볼래?"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어린 씁쓸함에 대해서 얘길 하시더군요. 실제로, 영화과 졸업작품을 출품한 한 학생이 '저는 나름 만족하는데, 다른 분들도 그러실지...'하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구요.
상대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은 아니에요.
유진희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시청자들은 여러분이 무슨 얘길 하는지 관심없어요. 여러분은 필사적으로 여기, 제가 얘기하고있거든요! 하고 매달려야 되는 존재들이에요. 그치만 뭐, 시청자들은 관심없다 이 얘기에요. 그렇다면...."
이렇게 말씀하실 땐 잘 와닿지 않았죠. 너무 귀에 딱지가 앉게 이 얘길 하시니까 더 그런 것도 있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배워보고, 또 주변을 둘러보면 점점 느끼게 되죠. 그런 사실들을요. 비단, 이런 컨텐츠들 뿐이겠어요? 먹고 살기 빠듯한 세상이죠. '관심'이란 거,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건 없어요. 이제, 연말이고. 여전히 어려운 이웃들이 많고, 여기저기 관심이 어쩌구저쩌구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죠.
어쩌다 얘기가 또 이렇게까지 갔군요. 이제 2007년도 5일 남았어요. 유진희 교수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을 일은 이젠 없겠지만, 앞에 언급했던 저 '음성지원'되는 가르침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교수님은 어찌됐든 평생 남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셨군요. 저도 그 길을 따라 밟을 수있을지, 흠. 제가 지금 '관심'을 두어야할 부분은 그 부분인지도 모르겠군요. 어디 '관심'갖고 되겠어요. 필사적이어도 모자랄 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