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드라마시티


나는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진. 정. 성"


나, 이 말 디게 좋아한다
또, 디게 즐겨쓴다. 대게 어떤 감상문을 쓸때 잘 갖다붙인다.
이 말처럼 진한 찡함을 나타내는 말이 또 있을까?
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이 어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2005년 서울대에서 한 강의 내용 중 일부를, 간단히 짜깁기 한 것이다)



웃기고 있네.
진정성이 뭐가 중요해요?
진정성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의
주관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말에 불과해요.
진정성가지고 했다가 나라 말아먹은 사람이 한둘입니까?
여러분은 히틀러가 진정성이 없이
유태인을 학살했다고 생각하세요?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는 게 아닙니다.

 
또 동기가 불순하다고 따집니다.
웃긴다 그럽니다. 그럼 어떤데?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
맞느냐 맞지 않느냐 그것만 따져서
아무런 욕심없는 사람이 한 제안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 있죠?


저는 우리나라. 이 사천오백만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이 고도의 분업화된 상호의존적인 이 사회에서
어떤 개인이나 어떤 집단이
전체가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바꾸는 문제에 관해서
어떤 제안을 할때
그 제안의 진정성을 따져 묻지말라.
이것이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진정성은 중요하지도 않으려니와,
진정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옹호해 주기 시작하면
나라가 아주 망할 수도있습니다.
아무리 애국적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틀린 것이면 당연히 배척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사실은,
내가 감상문에 주로 갖다붙이는 '진정성'과
위에서 말하는 공동체를 위한 합리적 제안으로서의 '진정성'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우리 사는 세상을 감상적이지만은 않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실제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러하니까 말이다.


<식코>를 보면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사들을 무작정 욕할 수 없다.
기업은 돈 벌어먹으려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방송국은 시청률도 낮고,
돈벌이 안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좀 놀랬다.
내가 드라마시티폐지반대에 69번째로 서명을 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별다른 돈이 드는 것도 아닌, 온라인 서명에
천명, 아니, 900명도 서명한 사람이 되질 않는다.


이런 걸 보면, 냉정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방송사는 그렇다 치고.
시청률도 그렇다 치고.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고민스럽다.
이것을 누구에게 책임을, 잘못을 물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옳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이걸.
"진정" 이래야만 되는 겁니까.
"진정"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진정"이란 말 써가며,
핏대 세우고 소리질러도,
안 되는 구나..
하고 좌절하는 까닭이다.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이,
그저 "진정" 안타깝기만 한 까닭이다.



by hanra100du | 2008/04/04 05:39 | :+:뒤집어진 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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